“이렇게 하면 그대는 테간제를 다시 세울 수 있어요!” 아디야가 외쳤다. “다시는 무의미하게 생명이 버려지는 일이 없을 거예요. 다시는 거짓으로 우리 부족의 마음이 물들지 않는다고요!”

구름 계곡 부족민의 얼굴을 바라보며 베누의 마음속에선 모든 것이 뚜렷해졌다. 이 부족민은 잘못된 길을 간다. 그것만은 분명하지만, 적은 아니었다. 저들과 싸우는 일은 진실의 길이 아니기에 원하지 않았다. 그저 깨우쳐주고 싶을 뿐이었다.

“못 하겠습니다.” 베누의 대답이었다.

“더러운 놈!” 아디야가 울부짖었다. 그녀는 손 안의 심장을 움켜쥐어 터뜨렸다. 보라빛 빛줄기가 아디야의 몸 속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잿빛 하늘과 주위의 소박한 움막들을 물들였다. 여인의 육신이 일그러졌다. 다리에서 길고 반짝이는 허물이 조각조각 벗겨지자, 담즙이 줄줄 흘러내리는 주둥이가 수도 없이 달린 촉수들이 나타났다. 지저분한 머리칼 사이로 뿔 세 개가 솟아났고, 턱이 사라진 머리 아래쪽에서 쩍 벌어진 구멍이 들썩일 때마다 침이 줄줄 흘렀다. 아디야라는 여인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악마..." 베누는 몸서리를 쳤다. 가늠할 수도 없는 존재로, 수세대 전에 태어난 고대 악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었다.

악마의 촉수가 곡선을 그리며 낮게 휘감아 들어오는 순간 베누는 뒤로 뛰어올랐다. 달린 촉수가 대기를 가르는 비명을 지르며 근처에 있던 움바루족 두 명의 몸통을 베어버렸다. 다른 주민이 앞다투어 달려나갈 때 악마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쏘며 울부짖었다.

연속된 공격으로 베누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 튀어나온 바위에 쾅 부딪쳤다. 옆으로 굴렀지만 받은 충격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주민 몇이 침을 쏘고 의식용 단검으로 찔러대며 방어했다. 이런 형태가 되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아디야는 그런 공격을 쉽게 쳐내버렸다.

주민들은 목숨을 잃을 터였다, 베누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부두술사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마음을 비우고 유령 경지에 들어서려 하면서, 혼령들이 안내해 줄 것을 갈망했다. 그가 오늘 죽어야 한다면, 자신의 깨달음이 진실인지, 아니면 단순히 악마의 교활한 술책인지 알아낸 후 최후를 맞을 것이다.

곧 음뷔루 에이쿠라의 초현실적인 지형이 그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수십 개의 혼령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군중 한가운데에 형상 하나가 서 있었다. 실체 없는 팔이 베누에게 손짓했다. 마음에 생각이 떠올랐다 – 느낌이었다.

오너라.

진실을 깨달은 베누는 전율했다. 상관 없었다. 좋든 나쁘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 그는 혼령을 향해 다가갔다.

네가 베누로구나. 알고 있다. 악마와 함께 걷는구나.

"저는..." 베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악마가 사실을 말했다고 믿습니다."

I일부에 불과하지만, 그렇다. 악마는 진실로 거짓을 가려, 너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진실을 일러주마. 형상이 없는 땅은 대사제들의 가르침과 같지 않다. 네가 이단자라 부르는 그자는 이 사실을 안다. 그래서 법률을 거부했지.

연기처럼 번개처럼, 장면이 베누 앞에 소용돌이치며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상한 땅을 헤매는 소위 이단자가 언뜻 보였다. 젊은 부두술사 베누가 모르는 곳이었다. 별똥별이 타오르며 밤하늘을 가로질렀고, 베누는 땅에 떨어진 곳까지 그 별을 따라갔다. 악에 시달리는, 작은 마을이었다.

“ 그 남자가 알았다면, 왜 떠났습니까? 왜 자기 혈족에게 알리지 않았습니까?”

모든 움바루는 자신만의 길을 간다.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는 법은 없다. 그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가르칠 테니 너는 네 방식대로 가르쳐라. 너, 베누는 경계에서 태어난 것 마냥 그림자 세상과 형상이 없는 땅, 두 세계에 걸쳐있다. 바로 이 연결 관계가 네게는 가장 큰 무기가 되리라.

“제가 어떤 걸 가르치기를 바라십니까?”

그림자 세상의 삶은 소중하다. 헛되이 쓰여서는 안 된다. 움바루 전쟁으로 형상이 없는 땅이 혜택을 얻지는 않는다. 음뷔루 에이쿠라는 영겁의 땅이니, 이러한 사실도 영원히 지속된다. 네 세상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기쁨과 슬픔이 있다. 이런 것이 네가 가르칠 진실이다.

“말씀하신 바를, 저는 이가니에서 희생된 혼령들을 응시했을 때 보았습니다.” 베누가 대답했다.

보았으나 믿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예리하면서도 맞는 말이었다.

네가 의심하는 걸 눈치챈 악마가 신성한 우리 밀림으로 들어왔다.

환영은 베누의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부두술사는 뒤로 돌아서, 음뷔루 에이쿠라를 어둠의 세계에서 분리시키는 장막 너머로 악마 아디야를 보았다. 시간 속에 멈춰 선 모습이었다.

“악마가 무슨 이유로 절 쫓습니까?”

혼령은 팔을 들어 새로운 환영을 만들어냈다. 심장을 먹는 베누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디야의 주장과 달리, 초월적 힘은 생기지 않았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허상은 다시 바뀌어 베누가 일곱 돌 부족에서 쫓겨나 테간제를 헤매는 광경이 되었다. 슬픔과 치욕으로 점철되어 궁핍한 채로 홀로 남겨진 카리브의 모습이었다. 그러는 내내, 아디야가 바로 곁에서 따라다녔다.

저 악마가 너로 하여금 심장을 먹고 너라는 존재의 전부를 버리게 했을 것이다. 그때에 가서야 얼마나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을 테지. 세월이 지나면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그러했듯이, 저 생명체는 고통받은 네 혼령을 삼키리라. 그런데 악마가 유혹했을 때 너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왜지?

“우리 움바루는 악마가 주장한 것처럼 약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명예와 자긍심으로 옛 방식을 따릅니다. 관습을 고수하는 자들과 싸워봐야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제가 가르쳐줘야 합니다.”

이번에는 전부 한목소리로 소통하는 것처럼 모든 형상에게서 생각이 전해졌다.

맞다. 너는 눈이 멀었었지만 더는 아니다. 우리 앞에 스승으로 서 있다. 영적 지도자이자 치유자로서. 삶을 지키면서도 죽음의 필요함을 아는 전사로서. 우리 앞에 부두술사로 서 있구나.

“악마는 어떻게 합니까?” 베누의 물음에 지도자 혼령만이 대답했다.

악마를 이곳으로 이끌어온 건 너다. 쫓아 보내는 것도 너여야 한다. 엄청난 임무이지만 너를 인도할 혼령들이 여기 있음을 항상 기억하라. 우리는 형상이 없는 땅으로 영원히 너와 결속되어 있다.

베누는 머리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형상이 없는 땅은 사라졌다. 베누는 꿈에서 깨어난 듯 눈을 떴다.

악마가 막아선 주민 사이를 헤쳐 나왔다. 보랏빛 기운의 파동이 몸에서 폭포처럼 흘러나와 오두막을 무너뜨리고 움바루족을 주술 인형처럼 공중으로 던져올렸다. 아디야의 촉수가 목이며 다리며 몸통이며 가리지 않고 꽉 옥죄어 들었다. 담즙이 흐르는 입이 살과 뼈를 마구 뜯어 삼켰다.

베누는 고위 대사제가 땅에 버렸던 검과 창을 들고 그 생물을 향해 걸어갔다. “이 악마!” 라며 포효했다. “이곳을 떠나라!” 던진 창이 높이 날아가 아디야의 어깨를 살짝 맞혔다. 그 정도로도 악마의 분노를 사기는 충분했다.

아디야는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를 촉수에서 던져버리고는 몸을 돌렸다. 방어하던 구름 계곡 부족민은 위험을 무릅쓴 채 오두막 뒤에 몸을 숨기고 지켜보았다. 베누가 바란 대로 그들은 서서히 흩어지더니 빽빽하게 우거져 안전한 밀림 속으로 사라져갔다.

베누가 검으로 손바닥을 긋고는 주먹을 꽉 쥐자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나는 일곱 돌 부족의 베누다. 내 안에는 우리 부족의 힘이 흐른다!”

“너희 '부족'은 너를 버렸어.” 다른 세상에서 온 듯한 악마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넌 혼자야.”

“나는 형상이 없는 땅과 영원히 결속되어 있다. 살아있는 존재로, 음뷔루 에이쿠라를 연결하는 다리다! 내 곁에는 저 너머 세계의 혼령들이 서 있다. 언제나 그들의 지혜로 나를 인도하신다. 그리고 가끔은...”

부두술사 베누는 주먹을 펼쳐 악마 앞에 피를 뿌렸다. 아디야의 수많은 입이 다음 먹이의 향기에 게거품을 물었다.

“그들의 힘으로 나를 돕는다!”

투명한 녹색 기운이 아디야 주위로 터져나갔다. 그 순간 수백 개의 섬뜩한 팔이 장막을 가르며 나와 이 세상을 음뷔루 에이쿠라와 분리했다. 분노한 팔이 악마를 잡고 할퀴면서 살점을 조각조각 내버렸다.

아디야가 산산조각이 나기 전에, 마력이 몸에서 터져 나오자 혼령의 팔은 비취색 연기 줄기로 녹아버렸다. 촉수 하나가 베누의 목을 감고 고동치는 악마의 입 바로 앞까지 끌어왔다. 썩은 숨결이 강하게 밀려왔다.

촉수에 달린 주둥이가 목을 씹기 시작할 때 베누는 몸부림을 쳤다. 그 많은 입은 살과 피가 닿는 대로 갈기갈기 찢어 삼켜버렸다. 부두술사의 손이 고통으로 축 늘어졌고 손가락 사이로 낫이 스르르 미끄러지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단단히 쥐었다. 베누가 악마의 가슴을 세게 걷어차자 그 생물이 잠시 움찔했다... 그 정도면 젊은 움바루가 틈을 노리기에 충분했다.

베누는 검을 악마 이마에 찌르고는 머리 뒤편까지 깊숙이 박아 넣었다. 괴물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 어리더니 거센 바람에 시달리는 바리 나무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촉수가 허공에서 마구 흔들리며 베누를 옆으로 던졌다.

아디야라 불리던 존재는 기운이 빠지면서 땅으로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숨이 끊어져 있었다.

목에서 피를 쏟으며 등을 대고 눕자 주위 세상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 마을 어귀의 나무는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새들의 지저귐과 야수의 울음소리가 벌판에서 울려 퍼졌다. 또 다른 이가니의 끝을 알리며 해가 지평선 너머로 기울었다.

곧바로 죽음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여기까지 자신을 이끌어 운명이 혼란스러웠고 자신이 배운 그 어떤 것도 혈족의 귀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두려웠기에 저항하려 애써봤다. 그러나 심장이 마지막으로 뛰기 전에 혼령들의 말이 기억났다...

너, 베누는 경계에서 태어난 것 마냥 그림자 세상과 형상이 없는 땅, 두 세계에 걸쳐있다. 바로 이 연결 관계가 네게는 가장 큰 무기가 되리라.

...그리고 안식이 찾아왔다.

의혹의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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